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아름다운 우리말] 문화가 가리키는 쪽을 보다

중국(中國)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는 때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문화가 세계의 표준이 되고, 중국의 영향 속에서 스스로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당연한 시기였습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주제는 불교가 중국을 거쳐, 이 땅을 지나, 일본에 이르는 문화의 길과 방향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문화의 방향은 일방향이 아닙니다. 문명의 중심은 계속 움직입니다. 물론 중국이나 로마가 서로 중심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서로를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문화의 중심 또는 문명의 힘은 움직였습니다. 근대 이후를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빠르고도 명확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혁명이라고 부르는 시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수렵과 채취의 사회가 농업, 목축의 사회로 바뀐 것은 가히 혁명이었습니다. 잉여 생산과 정착 생활은 도시, 국가 등의 모습을 만들고 서로의 재산을 노리는 대규모 전쟁이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청동기와 철기의 발전도 이 시기의 중요한 모습입니다.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농업혁명도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었기에 오랜 기간 극적인 변화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극적인 변화는 인간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변화는 기존의 잉여생산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고, 기계 앞의 인간은 또 다른 차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계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 혁명도 일어났습니다. 석유, 전기, 원자력 등은 발전의 도구이자 위험성으로 자리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산업혁명의 시작이었던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은 막강한 문명의 중심으로 떠오릅니다. 해지지 않는 영국이 시작된 것입니다. 세상은 영국의 문화, 서양의 문화로 넘쳐납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산업혁명의 속도와 모습을 바꿉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중심의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로 바뀌는 것입니다. 문화도 청바지, 할리우드와 코카콜라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문화가 세계의 중심이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군사력, 경제력, 문화력 모두 미국 중심의 세상입니다.    기술력이 중요해지면서 일본이 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릅니다. 세계는 일본의 기술에 매료되어 전자제품을 비롯한 첨단제품과 애니메이션 등을 통한 일본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입니다. 동양의 문화가 다시 세상을 향하게 된 것입니다. 자원 중심의 세상에서 기술 중심의 세계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으며 기술은 정보화를 낳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문화의 세기가 된 것입니다. 속도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존의 문명은 속도에 뒤처지며 문화의 중심에서 조금씩 멀어져 갑니다. 산업과 기술, 자원과 농업에서 정보의 흐름 속으로 문화의 중심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한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 문화의 세기를 맞으면서 한국은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됩니다. 거의 동시에 한국의 문화를 세계가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차근차근 내공이나 실력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의 문화 산업은 인터넷망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미 몇십 년 전에도 한국 드라마와 노래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지에 한류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이나 유럽에까지 문화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K가 문화 현상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는 움직입니다. 그리고 변화합니다. 그러기에 문화의 방향을 봐야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한국문화의 시대를 과거라고 이야기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그리고 다른 문화의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 문화가 선한 영향력, 긍정적 세계를 향한 문화의 모습으로 새로운 방향을 가리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세계 문화 한국 문화 문화 현상

2022-08-21

[기고] 위상 높아진 K클래식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김구의 ‘나의 소원’)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요즘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문화와 예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른바 한류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문화의 힘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드라마 콘텐트로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후 K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계를 단숨에 세계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영화계의 성과도 놀랍다. 그간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요시하는 유럽 영화제에서의 성과를 넘어 자본주의와 결합한 상업영화의 상징이자 할리우드 영화계를 이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 두어 달 동안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의 잇따른 수상 소식은 국내외 클래식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18살의 임윤찬,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양인모 등이 그 주역이다.     정명훈·정경화·조수미·연광철 등 이미 굵직한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한국 음악계는 조성진·선우예권·임동혁·손열음 등 젊은 음악가들이 꾸준히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그 영광을 이어갔고 클래식 한류를 이끌고 있다.     또한 철저한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유럽의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은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유리천장이라 여겼던 유럽의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뛰어난 음악가들은 대부분 해외 매니지먼트사의 소속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 클래식 내수 시장이 그들의 기량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그들을 세계적으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국내 매니저먼트사의 부재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클래식의 주요 무대가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이기 때문에 국제적 명성을 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는 자칫 이들을 내한공연을 펼치는 해외 뮤지션과 같이 잠시 다녀가는 스타로만 인식할 뿐 앞서 언급했던 국내 클래식 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에도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몇몇 매니지먼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진출이나 해외 협연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규모는 전문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공연 기획 및 제작을 겸하는 공연 기획사의 역할에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유대계는 공고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전 세계 클래식계를 주도해 왔고, 일본과 중국은 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자국의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도왔다.     오늘날 세계 속 한국 클래식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그 사회적 효과를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으로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문화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의 사랑을 전제로 성장하는 대중예술과 클래식은 태생적으로 성장 배경이 다르다. 클래식 음악은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을 이야기 할 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클래식계에도 이와같은 대규모의 후원이 필요하다.     세계 속에 인정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그들을 지속적으로 프로모션하며 국내외 클래식 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의 매니지먼트사의 출현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기고 클래식 위상 국내외 클래식계 세계 클래식 세계 문화

2022-07-0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